Delivery Hero라는 회사가 있습니다. 배달의민족의 글로벌 모회사예요. 이 회사 IT팀에서 골치 아팠던 업무 중 하나가 사용자 계정 관리였습니다. 신입이 들어오면 계정 만들고, 권한 부여하고, 필요한 시스템에 등록하고. 퇴사하면 반대로 다 정리해야 하고요. 단순하지만 실수하면 안 되는 일이라 담당자가 매번 체크리스트 보면서 수작업으로 처리했습니다.
이 업무를 자동화했더니 어떻게 됐을까요? 단 하나의 워크플로우로 월 200시간이 절약됐어요. 풀타임 직원 한 명이 한 달 내내 일하는 시간입니다.
“믿기 어려울 정도로 강력한데, 쓰기는 또 쉽다.”
이 글에서는 이런 사례들을 모아봤습니다. Vodafone이 연간 38억 원을 절감한 이야기, StepStone이 데이터 연동 속도를 25배 높인 이야기. 그리고 무엇보다, 이런 자동화가 대기업만의 특권이 아니라는 이야기를요.
자동화의 핵심: 작게 시작하기
유럽 최대 채용 플랫폼 StepStone. 이 회사는 지금 200개가 넘는 자동화 워크플로우를 운영합니다. 그런데 처음부터 200개를 만든 게 아니에요. 시작은 하나였습니다.
데이터팀에서 매주 수작업으로 하던 리포트 생성 업무가 있었어요. 여러 데이터 소스에서 숫자를 뽑아 엑셀에 정리하고, 그래프 만들고, 관계자들에게 이메일 보내는 일이었는데요. 한 번 하는 데 3시간씩 걸렸대요. 이걸 자동화했더니 10분으로 줄었습니다.
효과를 본 데이터팀이 다른 팀에 이야기했고, 마케팅팀이 "우리도 비슷한 거 있는데" 하면서 두 번째 자동화가 생겼어요. 그렇게 하나씩 번져나가서 지금의 200개가 된 겁니다.
덤으로 얻은 효과가 있는데, 예전에는 새 서비스의 API를 연결하는 데 2주가 걸렸어요. 개발자가 코드 짜고, 테스트하고, 배포하는 과정이 필요했거든요. 지금은 2시간이면 됩니다. 25배나 빨라진 거예요.
성공한 기업들의 공통점이 보이시나요? "회사 전체를 AI로 혁신하겠다"가 아니라 "이 업무 하나를 자동화하겠다"로 시작했다는 겁니다.
반대로 잘 안 되는 경우도 있어요. "우리도 AI 좀 도입해봐"라는 막연한 지시가 내려오면, 담당자는 뭘 해야 할지 모릅니다. 그래서 보통 거창한 걸 기획하게 돼요. '전사 데이터 분석 플랫폼', 'AI 기반 의사결정 지원 시스템' 같은 것들이요. 프로토타입까지는 만들어지는데, 실제 업무에 적용하는 단계에서 문제가 생깁니다. 이 시스템에서 저 시스템으로 데이터가 안 넘어간다, 기존 프로세스랑 충돌한다, 직원들이 안 쓴다. 결국 "나중에 다시 검토하자"며 묻히는 거죠.
그래서 처음부터 큰 그림을 그리기보다는, 당장 효과를 볼 수 있는 작은 업무 하나를 찾는 게 중요합니다.
Smartsheet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의 40% 이상이 업무 시간의 4분의 1을 단순 반복 작업에 쓰고 있다고 합니다. 이메일 정리, 데이터 입력, 문서 업데이트 같은 것들이요. 이 시간만 돌려받아도 일주일에 하루가 생기는 셈입니다.
연 38억 절감한 Vodafone
이번엔 규모가 더 큰 사례를 볼까요. 글로벌 통신사 Vodafone입니다. 통신사 보안팀이 하는 일 중 하나가 위협 모니터링이에요. 해킹 시도, 이상 트래픽, 악성 코드 탐지 같은 것들이요. 문제는 알림이 너무 많다는 겁니다. 하루에 수천 건씩 쏟아지는데, 이 중 진짜 위험한 건 극소수예요. 하지만 그 극소수를 놓치면 큰일 나니까, 담당자가 하나하나 확인해야 했습니다.
Vodafone은 이 과정을 자동화했어요. 알림이 들어오면 자동으로 분류하고, 이전 패턴과 비교하고, 진짜 봐야 할 것만 담당자에게 전달하는 방식으로요. 결과는? 연간 220만 파운드, 우리 돈으로 약 38억 원의 운영 비용 절감이었습니다.
음악 가사 데이터베이스 기업 Musixmatch의 사례도 있어요. 이 회사는 개발자들이 반복적으로 하던 잡무를 자동화했는데요. 4개월 만에 47일치 엔지니어링 업무를 대체했습니다. 개발자들이 '진짜 개발'에 쓸 수 있는 시간이 그만큼 늘어난 거죠. 개발자 채용이 얼마나 어렵고 비싼지 아시는 분들은 이 숫자의 의미를 아실 거예요.
어떻게 가능할까?
여기까지 읽으시면 이런 생각이 드실 수 있어요. "저건 다 대기업 아니야? 개발팀도 있고, 예산도 넉넉하니까 가능한 거 아냐?" 여기서 n8n이라는 도구 이야기를 해볼게요.
n8n을 한마디로 설명하면 "업무 자동화 레고"입니다. 코딩 없이 블록을 연결하듯 자동화를 만들 수 있어요. 이메일이 오면 슬랙에 알림을 보내고, 구글 시트에 데이터가 추가되면 고객에게 자동 메일을 발송하고, 특정 조건이 충족되면 담당자에게 할당하고. 이런 것들을 드래그 앤 드롭으로 만듭니다.
비슷한 서비스로 Zapier를 아시는 분도 계실 텐데요. Zapier는 정해진 앱들 사이의 단순한 연결에 최적화되어 있어요. A가 발생하면 B를 한다, 이런 식이죠. 간단한 자동화에는 좋지만, 조건이 복잡해지거나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하면 한계가 있습니다.
n8n은 상대적으로 커스터마이징이 자유롭고, 복잡한 로직도 구현할 수 있어요. 자체 서버에 설치하면 민감한 데이터가 외부로 나가지 않아서, 보안이 중요한 기업에서 선호합니다.
그리고 n8n은 AI 연동이 잘 되어 있어요. 단순히 "ChatGPT API 호출하기" 수준이 아니라, AI가 상황을 판단해서 다음 행동을 스스로 결정하는 복잡한 워크플로우도 가능합니다. 고객 문의가 들어오면 AI가 내용을 분석해서, 단순 문의는 자동 답변하고, 복잡한 건 담당자에게 넘기고, 불만 사항은 CS 매니저에게 바로 알림을 보내는 식이죠.
2025년 AI 업계의 가장 뜨거운 키워드 중 하나가 'AI 에이전트'입니다. 사람이 일일이 지시하지 않아도, AI가 스스로 상황을 판단하고 행동하는 시스템이에요. 단순 챗봇을 넘어서, 실제 업무를 대신 처리하는 방향으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습니다.
우리 회사에서 뭘 자동화할 수 있을까?
본인이 하는 일을 떠올려보세요. 매일, 매주 반복하는 것 중에 "아, 이거 또 해야 하네" 싶은 게 뭐가 있나요?
첫 번째는 알림입니다. 뭔가가 발생하면 누군가에게 알려야 하는 상황들이요. 홈페이지에 문의가 들어왔을 때, 결제가 완료됐을 때, 재고가 떨어졌을 때. 이런 것들은 자동화하기 좋은 첫 번째 후보예요. 효과도 바로 체감할 수 있고요.
두 번째는 데이터 정리예요. 여러 곳에 흩어진 정보를 한곳에 모으는 일. 스마트스토어, 쿠팡, 자사몰 매출을 하나의 시트에 정리한다든지, SNS 반응 데이터를 모아서 일간 리포트로 만든다든지. 수작업으로 복붙하던 시간이 완전히 사라집니다.
세 번째는 분류와 판단입니다. 여기서 AI가 힘을 발휘해요. 고객 리뷰가 올라오면 긍정인지 부정인지 자동 분류하고, 부정 리뷰는 담당자에게 바로 알림을 보낸다든지. 긴 문서의 핵심을 요약해서 슬랙으로 전송한다든지. 사람이 하면 몇 시간 걸리는 일을 몇 초 만에 처리합니다.
“자동화는 사람을 대체하는 게 아니라, 사람이 더 가치 있는 일을 할 수 있도록 시간을 돌려주는 것이다.”
시작은 하나로 충분합니다
처음 자동화를 만들 때는 작은 것부터 시작하는 게 좋아요. 실패해도 손해가 적고, 성공하면 자신감이 붙거든요. 제가 추천하는 첫 번째 자동화는 "폼 제출 → 슬랙 알림"입니다.
회사 홈페이지에 문의 폼이 있으실 거예요. 지금은 문의가 들어오면 메일로 가겠죠. 담당자가 메일을 확인하고, "아, 문의 왔네" 하고 처리하는 방식일 거고요. 이걸 슬랙으로 바로 알림이 오게 만들면, 응답 속도가 확 빨라집니다. 문의가 들어오는 즉시 담당자가 알 수 있으니까요.
이게 성공하면 두 번째를 만들어보세요. 문의 내용에 따라 다른 채널로 보낸다든지, AI로 문의 유형을 자동 분류한다든지. 하나씩 추가하다 보면 어느새 꽤 복잡한 시스템이 돌아가고 있을 겁니다.
StepStone이 200개의 자동화를 운영하게 된 것도, Delivery Hero가 월 200시간을 되찾은 것도, 처음부터 거창한 계획이 있었던 게 아닙니다. '이 업무 하나'에서 출발했어요. 여러분 회사에도 분명히 그런 업무가 있을 겁니다. 매주 반복하면서 '이거 자동화되면 좋겠다' 싶었던 그 일, 거기서부터 시작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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